
할리우드 영화만 보다 보면 이런 생각 한 번쯤 들죠. “아니, 지구에 도시가 뉴욕이랑 LA밖에 없나…?” 유독 이 두 도시가 영화 배경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히어로 영화도, 연애 영화도, 범죄 스릴러도, 회사 이야기까지 전부 뉴욕·LA에서 시작되는 느낌이죠. 물론 제작 편의도 이유지만, 사실 이 두 도시에는 영화가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야기 재료’가 꽤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속 뉴욕·LA가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게요.
1. 도시 자체가 브랜드가 된 경우 – 뉴욕과 LA는 이미 “설정 설명 끝난” 배경이다
뉴욕과 LA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 자체가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굳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은 뉴욕이라는 말만 들어도 대충 이런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 고층 빌딩 숲, 바쁘게 걷는 사람들 – 타임스 스퀘어, 지하철, 노란 택시 – 예술, 금융, 패션, 미친 월세… 굳이 영화에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저 사람은 뉴욕에서 저렇게 살고 있겠구나”라는 느낌이 바로 들어옵니다.
LA도 마찬가지입니다. – 야자수, 해변, 햇빛, 자유로운 분위기 – 할리우드 사인, 스튜디오, 배우 지망생 – 차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가는 도시 구조 이런 이미지가 기본값처럼 깔려 있죠. 감독과 작가 입장에서는 ‘도시 설명을 길게 안 해도 되는 배경’을 쓴다는 게 엄청난 장점입니다. 영화 러닝타임은 한정되어 있는데, 배경 설명에 시간을 덜 쓰고 바로 캐릭터와 갈등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관객 입장에서는 “처음 가보는 도시”가 아니라, 미디어에서 수십 번, 수백 번 본 도시라서 더 빨리 몰입됩니다. 실제로 여행을 안 가봤어도, 뉴욕·LA를 배경으로 한 영화·드라마·뮤직비디오·뉴스 등을 통해 이미 머릿속에 지도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뉴욕·LA가 가장 효율적인 기본 배경이 됩니다.
2. 장르별로 잘 어울리는 도시 이미지 – 뉴욕=드라마, LA=꿈과 쇼비즈
두 도시는 장르별 이미지도 다릅니다. 뉴욕은 대체로 ‘드라마’에, LA는 ‘꿈과 쇼비즈’에 잘 어울립니다.
1) 뉴욕 – 현실감, 냉정함, 도시의 밀도
뉴욕은 “현실적인 고민”이 잘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직장, 연애, 예술, 생존, 이민, 계층, 속도감… 이런 키워드를 다루기 좋은 배경이죠. – 야근하는 직장인, 지하철에서 한숨 쉬는 사람들 – 좁은 아파트, 룸메이트와의 동거 생활 – 예술가 지망생, 월세 내느라 고생하는 청춘 이런 설정만 놓고 봐도, 이미 뉴욕풍 드라마가 자동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 직장 드라마,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뉴욕을 많이 택합니다.
2) LA – 꿈, 오디션, 쇼비즈, 햇살
반면 LA는 “꿈과 허상, 화려한 겉모습과 이면의 갭”을 보여주기 좋은 도시입니다. – 배우·가수 지망생이 모이는 도시 – 영화사, 음반사, 에이전시, 큰 집, 수영장 – 낮에는 해변과 햇살, 밤에는 파티와 클럽 [La La Land] 같은 영화가 딱 떠오르죠.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서 각자 꿈과 현실 사이에서 버티는 사람들 이야기를 그리기 좋습니다. 같은 ‘예술가 이야기’라도 뉴욕과 LA는 분위기가 달라요. 뉴욕은 치열한 생존과 예술의 고집, LA는 화려함과 불안정함이 뒤섞인 꿈의 도시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도시마다 각자 잘 어울리는 장르와 감정 톤이 있기 때문에, 감독과 작가는 “이 이야기는 어느 도시랑 잘 어울릴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뉴욕·LA를 1순위 후보에 올리게 됩니다.
3. 현실적인 이유: 촬영 인프라, 제작비, 세트와의 결합
조금 더 현실적인 얘기도 있습니다. HEL리우드가 있는 곳 자체가 로스앤젤레스(할리우드)이기 때문에, LA 주변에서 찍는 게 물리적으로 가장 쉽습니다. 스튜디오, 장비, 인력, 세트, 후반 작업 시설이 모두 모여 있고, 로케이션 허가 경험도 많습니다. 그러니 “도시 배경 필요하다 → LA 근처에서 찍자 → 설정도 LA로 맞추자”가 편한 선택이 되는 거죠.
뉴욕의 경우 실제 도심 촬영은 비용과 허가가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뉴욕에서 찍었다’는 표시가 화면에 확 살아납니다. 타임스 스퀘어, 브루클린 브리지, 센트럴 파크, 맨해튼 스카이라인 같은 것들은 합성으로도 어느 정도 구현 가능하지만, 실제 촬영 footage가 있으면 훨씬 설득력이 생기죠. 그래서 제작비와 스케줄이 허락하는 선에서 뉴욕 촬영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뉴욕처럼 보이는 세트”, “LA랄 것 같은 교외 세트”를 만들어 놓고 찍기도 합니다. 캐나다나 다른 도시에서 찍었는데, 영화 속 설정은 뉴욕/LA인 경우도 꽤 많죠. 그만큼 이 두 도시의 이미지는 이미 상징화되어 있어서, 비슷한 분위기만 만들어도 관객이 “아, 저기 뉴욕/LA 느낌이네”라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4. 결론
정리하자면, 헐리우드 영화에서 뉴욕과 LA가 자주 등장하는 건 단순히 미국 주요 도시라서가 아니라, – 도시 이름만으로도 배경 설명이 거의 끝나는 인지도, – 각 도시와 잘 맞는 장르·이야기 톤, – 촬영 인프라와 제작 현실까지 모두 맞물린 결과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헐리우드 영화 속 뉴욕·LA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같은 뉴욕·LA라도 영화마다 어떻게 다르게 찍고, 어떤 이야기를 얹는지 비교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똑같은 도시 배경도 훨씬 덜 지겹고, 더 흥미롭게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