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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의 ‘쿠키 영상’, 왜 넣기 시작했을까?

jjny1023 2025. 12. 30. 02:18

이제는 엔딩 크레디트 올라가도 바로 안 일어나고, 조용히 기다렸다가 쿠키 영상 나오면 “아, 있다!” 하고 다시 집중하는 관객들이 많죠. 특히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들 덕분에, 쿠키 영상은 거의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원래부터 이런 문화가 있었던 건 아니고, 꽤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붙기 시작한 장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의 쿠키 영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왜 이렇게까지 자주 쓰이게 됐는지, 또 한편으론 왜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지도 함께 정리해 볼게요.

1. 쿠키 영상의 시작과 대표적인 활용 방식

쿠키 영상(포스트 크레디트 신)은 말 그대로 본편이 끝난 뒤, 엔딩 크레딧 후에 짧게 붙는 추가 장면을 말합니다. 사실 아주 옛날부터 완전히 없던 개념은 아니고, 코미디 영화나 B급 영화들에서 가벼운 덧붙임, NG 모음, 장난 같은 느낌으로 종종 쓰이곤 했습니다. 관객에게 “끝까지 함께 해줘서 고마워” 정도의 보너스 느낌에 가까웠죠.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세계관 떡밥용 쿠키 영상’은 [Iron Man] 이후 확실히 대중화됐다고 보면 됩니다. [Iron Man]에서 토니 스타크 집에 닉 퓨리가 나타나 “어벤저스 이니셔티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사실 본편 스토리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이제 이 세계관, 여러 히어로들이 이어질 거야”라는 선언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냥 영화 한 편 보고 나왔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이건 더 큰 세계의 시작”이라는 신호를 받은 셈이죠.

이후 마블 영화들은 거의 매편 쿠키 영상을 넣으면서, – 다음 편 힌트 – 다른 캐릭터 등장 예고 – 본편 분위기를 풀어주는 개그 컷 이 세 가지 패턴을 반복적으로 활용합니다. 다른 스튜디오들도 이 전략이 효과적인 걸 보고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쿠키 영상이 있으면 “역시 할리우드 영화답다”는 인식까지 생겼습니다.

2. 팬덤과 시리즈 구조를 묶어주는 연결 고리

쿠키 영상이 완전히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시리즈 팬덤을 묶어주는 도구’ 역할을 아주 잘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영화가 한 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할리우드는 같은 세계관 안에서 여러 편을 찍는 프랜차이즈 구조가 주류입니다. 이때 쿠키 영상은 각 작품들을 느슨하게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Thor] 본편이 끝난 뒤 쿠키에서 [Avengers] 관련 장면이 나온다거나, [Captain America] 뒤에 [Black Panther] 관련 떡밥이 살짝 끼어 있으면, 팬들은 자연스럽게 “아, 다음에는 저걸로 이어지는구나”라는 기대를 품게 됩니다. 굳이 거창한 예고편을 공개하지 않아도, 쿠키 영상 몇 초면 팬덤은 SNS와 커뮤니티에서 온갖 해석과 추측을 쏟아내죠.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효율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또 없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쿠키 영상이 ‘극장에서 보는 경험’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입니다. OTT로 나중에 보는 사람도 쿠키는 확인할 수 있지만, 개봉 초기에 극장에서 본 팬들은 스스로 “나는 이 장면을 제일 먼저 본 사람들 중 하나”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팬덤 입장에서는 꽤 큰 만족 포인트가 됩니다. 덕분에 쿠키 영상은 단순한 추가 장면을 넘어서, 팬과 제작사가 소통하는 하나의 약속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3. 기대와 피로 사이에서: 쿠키 영상, 계속 좋아도 될까?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쿠키 영상이 너무 당연한 요소가 되면서, 몇 가지 피로감도 같이 생겼습니다.

첫째, “쿠키 없으면 손해 본 느낌”입니다. 어떤 영화는 아예 쿠키 영상이 없는데, 관객은 혹시 놓칠까 봐 엔딩 크레디트 끝까지 기다립니다. 있다가 안 나오면 괜히 허탈하고, 없다는 걸 미리 알고 가면 또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죠. 본편이 이미 끝났는데도, 뭔가 더 있어야만 완성된 것 같은 구조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둘째, 너무 많은 떡밥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입니다. 마블식 세계관 영화들을 보면, 쿠키 영상에서 던진 떡밥이 실제 본편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계획 변경이나 시리즈 방향 수정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팬들은 쿠키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데, 나중에 아무런 회수가 되지 않으면 “그때 그건 그냥 던져본 거였네…” 싶은 허망함이 남기도 합니다.

셋째, 모든 영화가 쿠키를 따라 할 필요는 없는데, 유행처럼 따라 하다가 어색해지는 경우입니다. 굳이 세계관 확장을 하지 않는 단일 작품인데도, 억지로 쿠키를 붙여서 분위기를 깨거나, 이미 완벽하게 끝난 결말 뒤에 가벼운 개그를 얹어 여운을 망치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땐 오히려 안 넣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4. 마무리하며

결국 쿠키 영상은 잘 쓰면 팬덤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있으니까 무조건 넣자”는 식으로 남발하면, 관객 입장에서는 피곤한 관습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관객도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추세입니다. – 세계관·시리즈 중심 영화: 쿠키 기대해 보기 – 단일 드라마·로맨스·실화 영화: 엔딩 크레디트까지만 보고 편하게 나가기 이렇게 장르와 성격에 따라 적당히 선을 그어 두면, 괜히 끝까지 기다렸다가 허탈해지는 일도 줄어듭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쿠키 영상은 “영화를 다 봤는데, 아직 이 세계가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는 장치입니다. 그걸 설레는 약속으로 만들지, 피곤한 의무감으로 만들지는 결국 영화와 제작사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몫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