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번 방의 선물을 보면서 이렇게 울 줄 몰랐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앉아서 보다 보면 중반부터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옆에서 같이 보던 사람도, 뒷자리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장 전체가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이창희 감독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딸이라는 설정 하나로, 관객의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쥐고 흔듭니다.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중심에 류승룡이 만들어낸 용구라는 인물이 너무 진짜 같기 때문입니다. 7번 방의 선물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부당한 일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이야기를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용구와 예승, 이 부녀가 만드는 감정의 무게
이영구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입니다. 딸 예승을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지만, 딸을 돌보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고, 세상 물정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승에 대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크고 순수합니다.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고 싶어서 눈이 오는 날 백화점 앞에 줄을 서는 장면, 예승이 아프다고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달려가는 장면. 이 아버지의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류승룡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과장하지 않습니다. 그 절제가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예승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세상이 어떻게 보는지 알면서도, 용구를 한없이 의지하고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이 영화 초반에 촘촘하게 쌓입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웃고, 같이 잠드는 장면들. 이 장면들이 나중에 얼마나 가혹하게 작동하는지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행복한 장면을 보여줄수록 그 뒤에 오는 것이 더 아프다는 것을 감독은 알고 있고, 관객도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 행복에 빠져듭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호하는 사람과 보호받는 사람이 명확히 나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용구가 예승을 지키는 것 같지만, 동시에 예승이 용구를 지킵니다. 어린 딸이 아버지를 챙기고, 세상과 아버지 사이의 완충지대가 되어주는 장면들은 보는 내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이 부녀의 관계가 단순한 약자와 보호자의 구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세계인 두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7번방에서 벌어지는 일, 따뜻함과 부당함 사이
용구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 7번 방에 수감됩니다. 경찰청장 딸의 죽음과 연루됐다는 혐의인데, 그 과정이 얼마나 부당하고 폭력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영화는 감추지 않습니다. 용구는 자신이 왜 잡혀왔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지킬 언어가 없는 사람이 거대한 권력 앞에 세워지는 장면은, 7번 방 안의 따뜻한 장면들과 대비되면서 더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7번방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영화의 또 다른 축입니다. 처음에는 용구를 불편해하던 동료 수감자들이 점점 그를 받아들이고, 급기야 예승을 몰래 교도소로 들여오는 작전까지 감행합니다. 이 설정은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 비현실성을 유머와 따뜻함으로 덮어버립니다. 거친 범죄자들이 한 아이를 위해 뭉치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뭉클합니다. 인간의 선한 면은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영화는 이 방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예승이 7번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들입니다. 동시에 그 따뜻함이 얼마나 짧고 취약한 것인지를 관객은 알고 있습니다. 그 알면서 보는 감정이 장면의 무게를 배로 만듭니다. 웃으면서 보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차오르는 것은, 행복한 장면 안에 이미 이별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창희 감독은 이 감정의 구조를 정확히 알고 설계합니다.
1281만이 함께 울었던 이유, 이 영화가 남긴 것
7번 방의 선물은 2013년 개봉해 1281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 역대 3위였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히 슬픈 영화라서 많이 봤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영화가 건드린 감정은 슬픔보다 더 복잡한 것입니다. 억울함, 분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사랑에 대한 감동이 뒤섞인 감정입니다. 용구가 겪는 부당함은 단순히 극 중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신을 변호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시스템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반복되어 온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그것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대신, 아버지와 딸의 사랑 이야기로 포장합니다. 그 포장이 메시지를 희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그것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통로가 됩니다. 분노보다 슬픔이, 슬픔보다 사랑이 더 넓은 사람의 마음에 닿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오래 남는 것은 결말의 비극이 아니라 용구의 얼굴입니다. 세상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알지 못한 채, 딸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의 얼굴. 7번 방의 선물은 가장 단순한 사랑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단순한 사랑이 부당한 세상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도 함께 보여줍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에, 이 영화는 보고 나서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