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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 모두가 서로를 속이는 영화, 그런데 왜 이렇게 재밌을까

ssoo1023 2026. 2. 28. 21:30

도둑들을 처음 봤을 때 중반부 즈음에서 잠깐 멈추고 싶었습니다. 누가 누구 편인지,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지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복잡함이 짜증스럽지 않고 오히려 재밌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관객을 일부러 헷갈리게 만들면서도, 그 혼란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방식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도둑들은 화려한 캐스팅과 홍콩이라는 배경, 그리고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반전으로 가득 찬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망, 즉 더 많이 갖고 싶고, 배신당하기 전에 먼저 배신하고 싶은 마음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영화 도둑들의 이야기를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과 홍콩, 두 팀이 만나 시작되는 속고 속이는 판

영화는 한국의 전문 도둑 팀과 홍콩의 도둑 팀이 하나의 임무를 위해 손을 잡으면서 시작됩니다. 목표는 마카오의 카지노에 보관된 태양의 눈물이라는 거대한 다이아몬드입니다. 기획자 맥켄지가 두 팀을 연결하고,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계획을 세웁니다. 한국 팀에는 예니콜, 팹시, 잠파노, 씹던 껌이 있고, 홍콩 팀에는 천재 금고털이 줄리엣과 앤드류 등이 합류합니다. 화려한 배우들이 저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아 처음부터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그러나 이 팀이 처음부터 하나로 뭉친 것은 아닙니다. 각자 노리는 것이 있고, 각자 숨기는 것이 있습니다. 맥켄지는 두 팀 모두에게 다른 말을 하고 있고, 팀원들 사이에서도 과거의 감정과 배신의 기억이 얽혀 있습니다. 특히 예니콜과 팹시 사이의 묘한 긴장감, 그리고 줄리엣과 맥켄지의 과거가 영화 전반에 걸쳐 조금씩 드러나면서 단순한 도둑 영화가 아닌 인간관계극으로 확장됩니다. 최동훈 감독은 이 복잡한 관계망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관객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홍콩과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 촬영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카지노의 화려함, 고층 건물의 외벽을 타는 장면, 좁은 골목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이 장면들은 한국 영화가 이런 스케일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화면이 예쁘면서도 이야기가 탄탄한 영화. 도둑들이 천만 관객을 넘긴 데는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신과 반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영화의 쾌감

도둑들의 가장 큰 매력은 반전입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쌓인 반전입니다. 누군가를 믿었다 싶으면 배신이 나오고, 이미 배신당한 것 같았는데 사실 그것도 계획의 일부였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관객은 계속해서 판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피곤하지 않고 즐거운 이유는, 각각의 반전이 억지스럽지 않고 영화 안의 논리 안에서 충분히 납득되기 때문입니다. 뒤통수를 맞았는데 맞고 나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반전입니다.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각 캐릭터의 속내가 드러나면서 영화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유쾌하고 가볍게 시작됐던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면서 살벌해집니다. 웃으면서 보다가 어느 순간 긴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입니다. 도둑질이라는 소재가 가진 유희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욕망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는 균형감각입니다.전지현이 연기하는 예니콜은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입니다. 능청스럽고 대담하면서도, 그 뒤에 감추고 있는 것이 있는 인물입니다. 전지현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액션과 코미디와 감정선을 동시에 소화합니다. 고층 건물 외벽에서 매달리는 장면부터 후반부의 감정적인 장면까지, 영화 전반을 통해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도둑들이 개봉 이후 전지현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이유입니다.

천만 관객이 선택한 것, 장르 영화의 완성

도둑들은 2012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 역대 두 번째 천만 기록이었습니다. 이 흥행은 영화가 가진 오락성의 완성도에서 비롯됩니다. 도둑들은 관객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거나, 불편한 감정을 남기는 영화가 아닙니다. 보는 동안 최대한 즐겁게, 최대한 긴장하게, 그리고 최대한 유쾌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정확하게 달성합니다.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식 케이퍼 무비, 즉 도둑 영화 장르를 이렇게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도둑들이 보여줬습니다. 오션스 일레븐 같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단순히 스케일의 문제가 아니라 장르에 대한 이해와 캐릭터 구성의 완성도 덕분입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있고, 그 캐릭터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갑니다.도둑들은 보고 나서 오래 기억되는 영화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는 동안만큼은 확실히 재밌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가 목표로 한 것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서로를 속이는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유쾌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속고 속이는 것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본능적인 재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도둑들은 그 재미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포장한 영화입니다.